로르샤흐(로샤,로르샤하,ROR)검사 : 개관, 구성, 실시

1) 개관

로르샤흐(Rorschach) 검사는 현재 임상 실제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 투사검사다. 특히 개인 성격의 여러 차원, 이를테면 인지, 정서, 자기상, 대인관계 등에 대한 종합적, 다각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다양하고 복잡한 정보를 주면서 그 중요도가 높게 평가되고 있는 만큼이나, 신뢰도나 타당도에 관한 많은 논의와 이의 또한 있는 검사다. 즉, 실시나 해석 과정에서 임상가의 주관이나 편향이 개입되어 결과가 달라지거나 오도될 가능성이 많으며 해석자 간 의사소통이나 의견일치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1921년 Hermann Rorschach에 의해 성격 분석의 도구로서 그 유용성이 인식되어 연구 발표된 이후, 임상가들은 계속해서 실시 및 해석에 표준화된 틀을 마련하고자 노력해 왔다. 1961년 J. Exner는 각 체계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각각의 장점과 경험적으로 검증된 부분들만을 채택, 종합하여 타당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통합체계를 발전시키고자 하였다.

이러한 노력에 의해 개발된 ‘로르샤흐 종합체계’는 현재 임상가들 사이에서 가장 표준화된 체계로 받아들여지며 널리 사용되고 있다.

Exner에 의한 종합체계가 가진 장점은 기존의 각 방식들에서 경험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실증적으로 입증된 부분과 연구 결과들만을 채택, 종합함으로써 과학적인 근거를 갖게 됨과 동시에 풍부한 해석의 틀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그동안 각각의 체계들에서 나름대로 달리 쓰이던 채점 방식에 하나의 명백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채점자 간 신뢰도를 높이게 되었으며 연구자 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였다. 한편, 구조적으로 체계화되어 있기 때문에 질적 분석 방식에 비하여 임상가들이 보다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게 되었다.

반면, 주로 변인들의 양적인 측면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반응의 질적, 내용적 측면에 대한 고려에는 한계가 있다. 로르샤흐 검사에 의해 도출된 피검자의 반응에는 그 개인의 독특한 모습에 대한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다. 투사적 기법으로서 로르샤흐 검사가 갖는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그 개인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반응의 질적인 면에 대한 접근도 매우 중요하다. 질적인 측면에 대한 해석을 위해서는 충분한 훈련과정과 풍부한 임상경험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가장 비판이 될 수 있는 검사자의 주관에 따라 임의적 해석을 하는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심자의 경우, 반드시 표준화된 절차를 숙지하고 따라야 함은 물론, 해석에 있어서도 다양한 연구 결과나 경험 많은 임상가에 의하여 축적된 지식에 바탕을 두고 평가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2) 도구의 구성

로르샤흐 검사의 도구는 총 10장의 카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Ⅰ, Ⅳ, Ⅴ, Ⅵ, Ⅶ번 카드들은 흑백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Ⅱ, Ⅲ번 카드는 흑백에 붉은색이 혼합되어 있다. 나머지 Ⅷ, Ⅸ, Ⅹ번 카드들은 여러 가지 색깔로 혼합 구성되어 있다. 어떠한 카드도 특정한 대상이나 사물로 명명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한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내용의 보고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 피검자의 다양한 성격 특징들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3) 실시

(1) 준비물과 좌석 배치

로르샤흐 카드 세트, 충분한 양의 반응 기록지와 반응영역 기록지, 필기도구를 준비한다. 서로 마주 보기보다는 가능한 검사자와 피검자가 옆으로 나란히 앉거나 90도 방향으로 앉는 것이 좋은데, 이는 다른 임상적 심리검사에서도 마찬가지로 권고되는 사항이다. 또한 피검자의 눈이 닿는 곳에 주의를 산만하게 할 만한 것은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피검자를 창문이 바라보이는 위치에 앉힌다거나 다른 검사도구를 주변에 부주의하게 늘어놓는다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 로르샤흐 카드 세트도 피검자가 사전에 들춰보거나 하지 않도록 피검자의 손이 닿지 않으면서 검사자는 편안하게 집을 수 있는 곳에 두도록 한다.

 

(2) 피검자에게 로르샤흐 검사를 소개하기

검사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장황한 설명은 피검자에게 지나친 불안이나 선입견을 가지게 할 수 있다. 피검자와 라포가 형성되어 있고, 피검자가 검사 상황에 대해 알고 있다면, 간단히 소개를 해주고 수검 요령에 대해 일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소개하는 것이 무리가 없다고 생각된다.

“이제부터 우리가 하게 될 검사는 ‘로르샤흐’라는 검사입니다. 이것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거나 해본 적이 있습니까?”

- 없다고 하면 : “이것은 잉크반점으로 만든 검사입니다. 이제부터 여러 장의 카드를 보여드릴 텐데, 이것이 무엇처럼 보이는지를 저에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 있다고 하면 : 언제,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검사를 받았었는지, 당시의 반응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지를 물어보아야 한다.

검사자가 무엇보다도 주의해야 할 것은 피검자에게 ‘상상력’이나 ‘창의력’ 검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피검자들은 그들이 ‘본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잉크 반점에 대한 ‘연상(association)' 한 것을 보고하게 된다.

또한 카드의 잉크 반점들이 모호하다거나 구조화되지 않은 자극이라고 설명하지 말아야 한다. 단지 “잉크 반점으로 만든 검사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3) 지시

검사 지시는 간단하게 한다. 첫 번째 카드를 제시하면서 “이것이 무엇으로(무엇처럼) 보입니까?” 라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그 외 다른 말은 필요하지 않다.

 

(4) 피검자의 질문에 응답하기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피검자는 여러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는데, 검사자의 응답 원칙은 비지시적으로 짧게 대답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돌려 봐도 되느냐고 묻는다면 “편한대로 하십시오.”, 다른 사람들은 몇 개나 반응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한 개 이상의 대답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것을 무엇이라고 보느냐고 묻는다면 “사람에 따라서 다릅니다.”라는 식으로 응답하면 된다.

 

(5) 반응 기록

원칙적으로 피검자가 말하거나 표현한 것은 모두 기록한다.

 

(6) 질문 단계

질문 단계의 목적은 피검자의 반응을 정확히 기호화, 채점하려는 데 있다. 즉, 피검자가 어떻게 그렇게 보게 되었는지를 명료화하려는 데 목적이 있으며, 새로운 반응을 이끌어 내려는 것이 목적이 아님을 명심한다. 이 과정에서 검사자의 질문이나 태도에 따라 피검자의 반응이 유도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질문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Ⅰ에서 Ⅹ번까지 자유롭게 보고 난 뒤에 검사자는 다음과 같이 표준화된 지시를 해서 질문 단계를 피검자가 정확히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10장의 카드에 대해서 잘 대답해 주셨습니다. 이제 카드를 다시 한 번 보면서 당신이 본 것을 나도 볼 수 있도록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당신이 말했던 것을 그대로 읽으면 그것을 어디에서 그렇게 보았는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보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주십시오.”

피검자가 질문 단계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되면, 카드를 다시 처음부터 1장씩 제시하면서 “조금 전에 이 카드를 ~라고 말하셨습니다.”라는 식으로 피검자가 했던 반응을 그대로 반복해서 들려준다. 피검자가 “예, 그랬습니다.”라고만 말하고 가만히 있다면, “당신께서 그렇게 본 것을 저도 볼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어디에서 그렇게 보았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보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말하여 다시 한 번 질문 단계의 목적과 방법에 대해서 주지시킨다.

피검자가 말하는 내용을 반응 기록지에 기록하면서, 피검자가 가리키는 반점의 위치를 반응영역 기록지에 표시한다.

검사자가 이 단계에서 얻어야 할 정보는, 첫째는 반응 위치(어디서 그렇게 보았는지), 둘째는 반응 결정 요인(무엇 때문에 그렇게 보게 되었는지), 셋째는 반응 내용(무엇으로 보았는지)이다.

검사자의 생각에 피검자가 그렇게 보았을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되더라도 피검자가 자발적으로 스스로 직접 말한 것이 아니라면 채점 단계에서 기호화해서는 안 된다.

피검자들의 보고가 모호하여 채점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추가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질문은 비지시적이어야 하며 피검자가 반응 단계에서 했던 반응 이외에 다른 새로운 반응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추가 질문은 다음과 같이 할 수 있다.

“당신이 본 것처럼 볼 수가 없군요. 나도 그렇게 볼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세요.”